인형, 인간, 무대: 오스카 슐레머가 남긴 몸의 건축학
**〈이미지 권력 인형〉필립장티에 이어 제3편, 바우하우스의 무대공방을 이끈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1888–1943)를 소개합니다. 20세기 초, 인간의 몸과 예술, 공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했던 그의 실험은 단순한 안무를 넘어선 존재론적 제안이었습니다. ‘3조 발레’, ‘공간 무용’, ‘철사 무용’, ‘장대 무용’ 등 독창적인 작품들을 통해, 그는 무대 위의 인간을 마치 기계처럼 조직하고, 움직임을 구조화된 언어로 번역해냈습니다.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 1877–1927)과 더불어 현대무용의 지형을 바꿔놓은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오늘날 AI 시대의 창작 현실까지도 예감한 듯한 미학을 남겼습니다. 그의 유산은 '인형', '무대',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
2025. 6. 29.
필립 장티(5)가 남긴 것들 – 시노그래피의 미래와 기억의 유산, 이어갈 무대
필립 장티(Philippe Genty)는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연출가이자 시노그래퍼로, 언어 대신 이미지와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무대 예술의 거장이다. 인형극, 오브제극, 무용, 마임을 넘나들며 배우와 사물, 빛과 천, 그림자 모두를 ‘감정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독창적인 시노그래피를 개발했다. 그는 말 없는 무대, 움직이는 이미지, 기억의 풍경을 통해 관객의 무의식에 말을 거는 연출가이다. 대표작으로는 《Dérives》, 《Ne m’oublie pas》, 《Voyageur immobile》 등이 있으며, 그의 극단 Compagnie Philippe Genty는 전 세계 공연예술계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는 오늘 마지막 편으로 디지털 시대 이후에도 필립 장티의 '살아 숨 쉬는' 그의 예술..
2025. 6. 17.
꿈을 조각하는 마법사,필립 장티(3): 《Dérives》, 《Ne m’oublie pas》, 《Voyageur immobile》
필립 장티의 공연을 본 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해는 안 됐는데, 눈물이 났다." 그의 작품은 줄거리보다는 감정의 지도, 시간보다는 무의식의 구조, 말보다는 이미지로 구축된다. 그 세계 안에서 관객은 해설을 듣는 대신, 기억을 꺼내 보게 된다. + 장티의 작품은 줄거리가 없다?이번 장에서는 장티의 대표작 세 편:《Dérives》( 1989-1993 )《Ne m’oublie pas》(2004)《Voyageur immobile》(1995)을 중심으로, 그의 시노그래피적 기법과 감정의 극장으로서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Dérives》- 표류하는 기억, 감정의 바다"우리 모두는 기억 속에서 표류한다. 방향도 없이, 해변도 없이."《Dérives》는 '흘러내림', '표류'라는 뜻처럼, 하나의 확실..
2025. 6. 1.
꿈을 조각하는 마법사,필립 장티(2), 해체와 재창조
시노그래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감정의 언어로 무대를 다시 짓는 프랑스 연출가 필립 장티. 오늘,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의 세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장티의 무대에서는 천과 종이, 그림자와 인형까지도 모두 말 없는 배우가 되어 감정을 연주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이 글은 이미지, 오브제, 조명, 공간이 어우러져 직조해내는 ‘언어 없는 말’의 시학을 탐색하며, 현대 무대예술의 새로운 감각적 지평을 펼쳐 보인다. 🎭 시노그래피의 해체와 재창조– 필립 장티의 무대 언어, 혹은 언어 없는 말+ 시노그래피를 다시 정의하다필립 장티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해체하고, 그 경계를 무한히 확장한 인물이다. 무대 위 장치는 단순한 배경이나 미술적 장식이 아니라, 감정을 말하는 주..
2025. 5. 31.
꿈을 조각하는 마법사,필립 장티(1), 말 없는 연극의 시작
오늘부터 5편에 걸쳐 **프랑스 연출가 필립 장티(Philippe Genty, 1938– )**의 삶과 무대 작업을 조망한다. 그는 한마디로, 오브제를 이용하여 무대를 꿈으로 바꾼 사람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서울, 대구,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공연을 올렸고, 독창적인 그의 이미지 연극은 국내 관객에게도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말 없는 무대, 움직이는 그림, 환상의 공간. 장티의 공연을 본 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건 연극이라기보다,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다.”그의 무대는 대사보다 몸의 기억, 스토리보다 이미지의 떨림을 더 신뢰한다. 마리오네트, 오브제, 신체, 영상, 망각의 틈에서 떠오른 기억의 조각들이 무대 위에 하나의 시적 구조로 얽힌다. 장티는 평..
2025.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