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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행

셰익스피어의 우주, 영국 런던의 글로브 극장

by 스티븐C 2025. 6. 18.

런던 템즈강변에 자리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르네상스 시대의 영혼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 건축, 공연,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문화적 가치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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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극장
The Globe Theatre stage by night [이미지 출처]https://nosweatshakespeare.com/resources/theatres/globe-theatre/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살아있는 유산

+ Attention: 고립된 섬나라, 그 속의 문화 방파제

영국, 특히 런던은 유럽 대륙에서 분리된 섬나라라는 지리적 조건 덕분에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바다로 둘러싸인 상대적 고립은 오히려 유럽의 고전적 질서와 다른 독특한 미학을 꽃피우는 배경이 되었다. 특히 르네상스 연극에서 그것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문화적 독립의 정점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있으며, 그의 작품들이 호흡한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이 구현된 시노그래피적 공간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회적 소용돌이예술적 각성, 그리고 대중의 정서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 극장은, 마치 중세 도시의 심장처럼 기능했다. 극장은 교회, 궁정, 시장, 광장, 여관 마당의 요소를 동시에 품고 있었고, 그 다층적 의미의 결절점에 글로브가 존재했다. 따라서 이 극장을 이해하는 일은 곧, 연극이 도시와 어떻게 호흡했는가를 탐구하는 일이다.


글로브극장
IMAGE VIA FOLGER DIGITAL IMAGE COLLECTION [이미지 출처]https://bookstr.com/article/the-fascinating-history-of-the-globe-theater/

+ Interest: 1599년에서 1997년으로, 시간의 브릿지를 걷다

1599년. 셰익스피어 극단이 ‘글로브’라는 이름의 공연장을 세운 해다. 그리고 1613년, 《헨리 8세》 공연 중 실수로 촛불이 천장을 태우면서 극장은 불탔다. 이듬해 다시 세워졌으나, 청교도 혁명극장 금지령의 물결 속에 1642년 폐쇄, 1644년 완전 철거되었다. 그로부터 무려 350년이 지난 후, 1997년, 글로브는 다시 문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건축 복원이 아니라, 시간의 재구성, 기억의 극장화였다.

음산하고 비가 많은 런던. 물론 16세기 당시의 극장은 낭만적인 회화 속 장면만은 아니었다. 야드석 관객들은 야유와 욕설, 침묵 없는 중얼거림으로 공연에 간섭했고, 셰익스피어 자신도 《햄릿》에서 “저급한 관객들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극 흉내나 소란을 피운다”고 비판했다. 극장은 상인, 견습생, 병사, 선원 같은 군중이 모이는 소란한 장소였다. 어떤 작가는 “극장은 사탄의 교회이며, 그 안에는 순결을 짓밟는 위선자들이 넘친다”고까지 말했다. 절도, 싸움, 전염병까지 퍼지던 그 공간은 연극의 장이자 금기의 장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브는 바로 그 ‘소란한 현실성’ 때문에 살아 있었고, 오늘날의 복원은 그러한 군중적 감정의 집적을 다시 불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글로브는 템즈강 뱅크사이드에 위치해 있으며, 당시 건축재와 설계도, 16세기 극장 건축기술을 최대한 충실히 따랐다. **야드석(Standing Yard)**은 당시처럼 입석이며, 지붕 없는 중앙 무대, 기둥이 떠받친 천장, 갤러리형 회랑까지 복원되었다. 공연 시에는 깃발을 올리고, 종료 후에는 내리는 의식도 재현된다.

현대의 관객은 이곳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한다. 햇빛과 바람, 군중의 숨결, 배우의 침 튀는 말투, 바닥의 잔진동까지… 모두가 무대의 일부다. 이 공간은 ‘현재’라는 옷을 입은 과거, 혹은 ‘과거’라는 심장을 가진 현재다.


+ Desire: 관객과 배우가 함께 구성하는 무대, 감각의 건축

글로브는 건축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적 장치다. 프로시니엄 무대가 아닌 돌출형 오픈 스테이지, 무대 중앙의 트랩 도어(Trap Door), **위쪽의 허트(Hut)**는 각각 지옥, 지상, 천상을 상징한다. 이는 곧 르네상스 우주관의 시노그래피적 구현이다.

야드석에 선 관객은 그저 무대 아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공연의 일부분이며, 군중의 함성, 숨결, 침묵과 웃음으로 극에 개입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처럼 이들은 무대의 ‘소란한 반향’이었다. 신분의 귀천 없이, 거리와 친근함, 유혹과 불쾌함, 말이 아닌 피부와 냄새로 전해지는 공감. 연극이란 결국 그 감각의 총합이 아니었던가. 그게 글로브의 '시노그래피'이며, 바로 그런 원형적 감정은 지금도 극장에 그대로 간직되어있다.

관객은 이곳에서 연극의 외부자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가 된다. 야드석 관객은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호흡과 반응, 심지어 항의까지 극장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공연은 배우의 연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객의 감정과 호흡이 포함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사건이 된다.


+ Action: 런던을 걷는 이에게 시간의 문을 열어주는 곳

템즈강 남쪽, **사우스뱅크(South Bank)**를 거닐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반구형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단지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며, 시대와 인간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장소다. 글로브 극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단지 복원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극장이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셰익스피어 시즌은 16세기 런던의 열기를 다시 불러온다.

공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객 수는 해마다 25만 명 이상. 이들 중 상당수는 야드석 입장객, 즉 Standing Groundlings다. 몸소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배우와 함께 숨 쉬는 극장의 심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다. 이 극장의 일부가 되어, 셰익스피어 시대의 정서를 복원한다. 《햄릿》, 《헨리 5세》,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맥베스》 같은 작품들이 이 무대에서 새로운 육체를 얻는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극장이 단지 셰익스피어의 전시관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브는 지금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해외 연수, 어린이 워크숍, 시노그래피 관련 강연 등을 제공하며, 현대 연극 교육의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고증이 아니라, 미래의 예술 감각을 훈련하는 실험실로서의 글로브를 보여준다.

 

☑️ 참고문헌 및 출처

 

📍 티켓 예매 및 공식 홈페이지


Shakespeare's Globe Official Site
☑️ 공연 일정, 티켓 예매, 시즌 정보, 교육 프로그램 등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런던에서 글로브 극장 가는 길

  • 지하철: Jubilee Line 이용 시 Southwark 역 하차 후 도보 10분.
  • 버스: 45, 63, 100번 등이 인근 정차.
  • 도보 루트: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를 건너 템즈강변 따라 도보 이동.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약 15분 거리.
  • 자전거: Santander Cycle 대여소 다수 위치, Bankside 근처에 반납 가능.

이제 중요한 선택이 남는다. 이 극장을 도시축제의 일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시간기행의 정점으로 읽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글로브 극장이 단지 런던의 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시간과 인간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살아 있는 무대라는 점이다.

런던을 걷는 자는 이 극장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극장을 마주한 자는 결국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느 시간의 중심에 서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하고 싶다면, 글로브 극장의 돌출무대 앞에서 입석 관객의 숨결을 느껴보라. 그것이야말로 셰익스피어가 남긴 연극적 유산의 실체이자, 오늘의 내가 연결될 수 있는 과거의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