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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공연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 25주년 리바이벌 : 다시 새롭게 태어난 고전

by 스티븐C 2025. 6. 19.

2010년 25주년 기념 리바이벌로 다시 태어난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로렌스 코너제임스 파웰이 이끄는 이 무대는 고전의 감동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노그래피적 언어와 무대 해석으로 혁신을 이루었다. 이 글에서는 줄거리, 연출 방식, 무대미술, 캐릭터 해석까지 25주년 리바이벌의 모든 변화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레미제라블 #25주년공연 #로렌스코너 #제임스파웰 #뮤지컬해석 #시노그래피 #무대디자인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LesMiserables


Les Misérables 포스터
Les Misérables 포스터,[이미지 출처]https://www.fabulousfox.com/events/detail/les-miserables

감동의 재탄생 – 무대 위에서 다시 숨 쉬는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2025』, 어떻게 다른가.

이번 25주년 리바이벌은 그 어떤 판본과도 구별되는 독창성을 드러낸다. 그것은 ‘단지 오래된 감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레미제라블』이 무대 위에 등장한 것을 의미한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미제라블』은 1985년 런던 초연 이래, 수많은 무대와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왔다. 그러나 2010년, 뮤지컬은 또 한 번의 대격변을 맞이한다. 웨스트엔드의 연출가 **로렌스 코너 (Laurence Connor)**와 **제임스 파웰 (James Powell)**이 이끄는 25주년 리바이벌은 단순한 복원이 아닌, ‘재창작’이라 불릴 정도의 시노그래피 혁신을 실현한다.

+ 전통을 넘어서, 새로운 서사의 강이 흐르다

『레미제라블』의 세계는 한 인간의 구원과 시대의 소용돌이를 함께 품고 있다. 25주년 리바이벌 공연은 이 거대한 서사의 흐름을 이전보다 선명하고도 날렵하게 끌어냈다.

장 발장은 여전히 고뇌하고, 자베르는 법의 신념 앞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무대 위 장면들은 한 편의 시네마처럼 감정과 사건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1막에서는 **장 발장 (Jean Valjean)**의 탈옥과 개심, **자베르 (Javert)**의 추격, **판틴 (Fantine)**의 **죽음과 코제트 (Cosette) 입양이 전개된다. 2막에서는 마리우스 (Marius)**와 **코제트 (Cosette)**의 사랑, 학생 혁명과 **에포닌 (Éponine)**의 희생과, 장 발장의 자기희생과 자베르의 자살로 이어지며 삶과 죽음, 혁명과 침묵 사이를 넘나든다.

25주년 리바이벌은 원작의 중심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장면 간 전환의 감각과 리듬을 대담하게 새롭게 설계하였다.

   ✔ 연출의 새로운 방식 (로렌스 코너 & 제임스 파웰)

  • 카메라적 시점을 무대에 도입: 무대가 스크린처럼 ‘줌 인’, ‘컷 백’을 시도하며 장면 집중도를 높임
  • 장면 간 유기적 전환: 회전무대 대신 디지털 프로젝션과 라이팅 스크롤을 활용해 시공간의 유동성을 표현
  • 감정선의 정제: 대사와 넘버가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집중되었으며, 특히 장 발장과 자베르의 대립 구도는 더 심리적으로 강화됨

+ 빛과 그림자의 건축 – 하나의 회화(繪畵)를 만들다

25주년 리바이벌 무대는 그동안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오리지널 프로덕션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매트 킨리 (Matt Kinley)**는 화가이자 혁명가였던 빅토르 위고의 수묵 드로잉을 모티프로, 무대를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바꾸었다.

**매트 킨리 (Matt Kinley)**는 영국의 무대 디자이너로, 카메론 매킨토시의 주요 프로덕션에 다수 참여해온 인물-. 특히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5주년 리바이벌에서 무대디자인을 총괄하며 주목받았으며, 그의 작품은 회화적 미학과 무대의 유동성을 결합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화가이자 혁명가였던 빅토르 위고의 수묵 드로잉을 모티프로, 무대를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바꾸었다.https://www.denvercenter.org/news-center/redesigning-les-miserables-rediscovering-victor-hugo-the-a

Victor Hugo 의 드로잉을 모티프로 한 매트 킨리의 무대스케치
Church Set Drop – Matt Kinley & Victor Hugo [이미지 출처]https://www.denvercenter.org/news-center/redesigning-les-miserables-rediscovering-victor-hugo-the-artist/GPT이미지 재성성

특히, 1막 후반부, 장 발장테나르디에에게서 코제트를 구출한 뒤 펼쳐지는 장면에서, 한밤의 안개별빛이 어슴푸레 내리는 가운데 교차된 십자가와 고딕 성당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이 장면은 실재하는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내면에 가라앉은 고백과 망설임, 그리고 구원의 형상화에 가깝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 뒤섞이며, '죽음과 구원, 침묵과 기도의 경계선'에 놓인 무대의 시각적 은유로 기능한다.

이 장면의 구성은 **매트 킨리 (Matt Kinley)**가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무대디자인에서 구현한 미장센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킨리는 빅토르 위고 (Victor Hugo, 1802–1885) 가 남긴 수묵풍의 드로잉을 분석하며,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기억과 심상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창조해냈다. 우선  전통적인 회전무대를 과감히 제거했다. 그 대신 슬라이딩 패널 디지털 프로젝션으로 구성된 가변형 무대 공간을 통해, 배우들은 유동적인 무대와 호흡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서사 안에 존재한다. 그 안에서 배우는 단지 무대 위 인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혼령이자 서사의 그림자가 된다. 어두운  질감 있는 재료 시간의 먼지와 같은 촉감을 무대 위에 남긴다. 그 안에서 관객은 단지 서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피부에 손끝을 대고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 참고(아래 그림)로, 위고는 실제로 문학뿐 아니라 회화에도 열정을 가진 인물로, 약 4천 점 이상의 드로잉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잉크 워시(wash)와 석탄, 커피 등을 활용한 그의 어두운 풍경 드로잉은 오늘날 무대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빅토르 위고의 드로잉
빅토르 위고의 드로잉. <세기의 전설>, 1860 . Paris, Maison Victor Hugo. [출처]https://ko.wikipedia.org/wiki/%EC%84%B8%EA%B8%B0%EC%9D%98_%EC%A0%84%EC%84%A4#/media/%ED%8C%8C%EC%9D%BC:La_L%C3%A9gende_des_si%C3%A8cles.jpg

+ 빛으로 말하는 무대, 영상으로 기억을 되살리다

이 무대의 조명은 단순한 명암의 도구가 아니다. 이야기의 결을 따라 조명은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고,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한다. 한 장면이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갈 때, 조명이 먼저 움직인다. 그것은 하나의 감정에서 다음 감정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무언의 나침반이다.

영상은 인물의 내면과 기억을 시각화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특히 자베르가 부르는 ‘(Stars)’ 장면에서는 하늘 위 별보다 그의 내면에서 번뜩이는 고뇌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상은 그 고요한 흔들림을 포착하고, 조명은 그것을 감싸 안는다.

빛과 영상은 무대 위에 또 하나의 서사를 세운다. 말보다 깊은 진실은, 그 어둠과 빛 사이에 존재한다.

장발장과 코제트 이미지
장발장과 코제트 이미지,GPT생성

+ 캐스트와 해석의 변화

25주년 리바이벌 공연은 단지 연출과 무대 위 양식의 혁신에 머무르지 않는다. 배우들의 해석 역시, 이전과는 뚜렷이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익숙한 인물들이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결과 숨결이 깃들어 있다.

장 발장을 연기한 **알피 보 (Alfie Boe)**는 단단하고도 섬세한 음색으로, 죄의식과 구원의 교차점을 더욱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그의 발장은 고통을 끌어안고 침묵하는 인물이 아니라, 내면의 고뇌를 관객과 함께 건너가는 존재다.

자베르 역에는 어들 에드먼드슨 (Earl Carpenter)이 무대에 올랐으며, 특히 콘서트 버전에서는 **노엄 루이스(Norm Lewis)**의 해석이 주목받았다. 자베르는 이성의 강직함보다 고뇌하는 인간의 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며, ‘법’이라는 절대신 앞에서 스스로를 해체해가는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 (Samantha Barks)**는 그늘진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를, 혁명과 고백 사이의 실존적 고리에 놓인 인물로 빚어낸다. 그녀의 ‘온 마이 오운(On My Own)’은 단순한 실연이 아닌, 시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한 인간의 절절한 독백이다.

코제트는 **케이티 홀 (Katie Hall)**의 연기를 통해 단순한 천사형 캐릭터에서 벗어난다. 사랑 앞에서 주체적이고, 감정의 표현에 거리낌이 없는 인물로 재해석되며, 코제트라는 인물에 처음으로 온기가 불어넣어진다.

마리우스를 연기한 **닉 조나스 (Nick Jonas)**는 청춘의 불안과 사랑의 미성숙함을 솔직하게 전달하며, 혁명의 한가운데에서 흔들리는 청년의 초상을 그린다.

   ✔ 해석의 핵심 변화

   이 캐릭터 해석의 변화는 단지 배우의 연기력에 기대기보다, 25주년 연출이 인물의 내면에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한 결과다.

  • 코제트의 캐릭터 변화: 기존의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천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랑에 있어서도 감정의 주체로 등장한다. 그녀는 구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구원의 한 축을 형성하는 존재로 그려진다.순종적인 천사에서 능동적인 감정을 지닌 여성상으로 해석
  • 에포닌의 입체화: 단순한 비운의 여인에서 사랑과 혁명의 경계에 선 실존적 인물로 재구성
  • 자베르의 비극성 강조: 흑백논리에서 오는 고통과 균열을 더 부각하며 자살 장면의 정서적 밀도 강화

+ 해외 평단의 목소리 – 고전의 재해석에 대한 찬사

25주년 리바이벌은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을 뿐 아니라, 해외 주요 매체로부터도 주목할 만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는 이 공연을 두고 “스토리텔링의 정밀도가 더욱 높아졌고, 캐릭터의 내면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다”며, 오히려 기존의 클래식한 연출보다 감정의 맥락이 풍부해졌다고 평했다. 특히 장 발장의 고뇌와 자베르의 내적 균열이 전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온다는 평가였다.

**가디언(The Guardian)**은 무대디자인에 주목하며 “위고의 드로잉을 차용한 시각적 시도는 무대를 회화처럼 만들었고, 시공간이 흐르는 듯한 감각을 부여했다”고 평했다. 이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풍경”이었다는 찬사로 이어진다.

또한 **버라이어티(Variety)**는 “뮤지컬 사상 가장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구성해낸, 보기 드문 균형”이라 표현하며, 연출과 캐스트의 해석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특히 에포닌과 코제트의 여성 서사가 독립적인 서브플롯으로 부상한 점은 시대성과도 맞물린다.

+ 관객의 반응 – 무대와 함께 울고 웃은 사람들

※ 2025년 7월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의 새로운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한국 공연은 25주년 리바이벌 버전과는 연출 양식이나 해석이 다르지만, 원작의 감동을 현대적 언어로 다시 풀어낸다는 점에서 유사한 결을 지닌다. 

25주년 리바이벌은 평단의 찬사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는 3만 석 가까운 좌석이 빠르게 매진되었고, 전 세계 수백 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된 생중계에는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눈물이 함께했다.

공연 직후 SNS와 포럼,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반응들이 이어졌다. “에포닌의 노래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알피 보의 장 발장은 인간 존재의 깊이를 노래했다”, “이 무대는 단지 뮤지컬이 아니라 내 삶의 한 장면이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영상과 조명의 감각적인 연출에 깊이 몰입했고, 원작에 익숙한 중장년층은 새로운 해석에서 더 큰 감동을 발견했다. 관객들은 이 공연을 통해, 고전이 여전히 ‘지금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체감했다.


장발장 이미지
GPT생성

📌 마무리: 왜 지금 다시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인가

이 공연은 하나의 ‘리바이벌’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원작에 대한 애정을 품은 새로운 창조이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정교한 통로였다. 25주년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은 단지 무대 위에서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말하고, 지금 이 시대의 정서로 다시 호흡했다.

빛과 소리, 배우와 공간, 음악과 침묵이 만들어낸 이 공연은 관객에게 단지 감동이 아니라 기억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고 감각이 달라져도, 인간의 고뇌와 희망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이 공연은 증명한다.

그러므로 이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은 어쩌면 지금, 가장 동시대적인 고전이다.

2020년대 이후의 공연계는 ‘레퍼토리의 반복’이 아닌 ‘재해석의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로렌스 코너 & 제임스 파웰의 25주년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은 원작에 대한 가장 정중한 반역이자, 시노그래피적 시도로서 찬사를 받을 만합니다.

🎬 지금 YouTube나 OTT에서 25주년 공연을 찾아보세요. 예술은 해석될 때 비로소 살아 숨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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