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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행

배우가 등장하다.

by 스티븐C 2025. 4. 23.

*🎭 드디어 배우가 등장하다 – 레 트루아 프레르 동굴에서 시작된 연극의 기억

레 트루아 프레르 동굴의 주술사 벽화 (Henri Breuil 묘사)
드디어 배우가 등장하다 Sorcerer(주술사)’라 불리는 형상 과 앙리 브뢰유가 묘사한 ‘Sorcerer’ 그림

🌀 두개골 속 세계 

감각의 통로 동굴은 그저 암석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다. 마치 인간의 두개골 안쪽을 탐험하는 듯한 구조는, 자연의 내부로 들어간다는 감각과 동시에 의식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속은 어둡고 조용하지만, 외부 세계는 동물의 울음과 바람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소음과 어둠이 장벽처럼 동굴을 감싸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오히려 침묵 속의 소리, 고요함 속의 감각이 선명해진다. 달팽이관처럼 구불구불한 이 공간은 우주와 교신하는 생명체의 기관처럼 느껴지며, 밤하늘 아래서 낮에서 빌려온 빛—달빛 같은 불빛이 어렴풋이 퍼진다.

 

🔥 불의 등장 –

 

공간을 재구성하다 인류는 빛을 동경했지만 결국 불이 삶을 바꾸었다. 40만 년 전쯤 불이 생활 공간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그 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공간을 재구성했다. 그리하여 하나의 원형 무대, 즉 갤러리가 만들어졌고, 그 중심에서 마침내 ‘배우’가 등장한다.

🦌 주술사의 출현 – 혼성체의 이미지 이 동굴에서 가장 신비로운 벽화 중 하나는 ‘Sorcerer(주술사)’라 불리는 형상이다. 앙리 브뢰유(Henri Breuil) 신부가 1920년대에 수행한 두 번째 탐사 중, 그는 Le Tuc d’Audoubert 동굴의 높은 벽면에서 묘한 형상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얼핏 보면 사슴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콧날과 눈, 귀와 수염이 인간의 것을 닮아 있고, 팔다리는 분명 인간의 동작을 암시한다. 사슴의 뿔을 쓰고 있지만, 인간처럼 직립한 이 존재는 동물과 인간이 혼합된 혼성체로, 단순한 그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존재'처럼 벽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빛과 그림자 – 살아 있는 이미지 일부 연구자들은 이 형상이 불빛, 특히 횃불의 깜빡임 속에서 진동하는 듯 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암석의 균열과 그림의 위치, 그리고 그림자와 불빛이 만나 하나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벽화는 더 이상 정적인 것이 아니라, 어두운 동굴 안에서 벌어졌을지도 모를 신성한 의례, 춤과 리듬, 몸짓의 흔적과 연결된 퍼포먼스의 일환처럼 느껴진다. 그림 속 다리의 움직임, 손을 치는 듯한 포즈, 어깨에서 흐르는 선들 모두가 음악적이다. 그것은 생존과 신성, 그리고 인간의 표현 욕구가 뒤섞인 원형적 몸짓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시노그래피였다.

피리를 부는 무당 – Grotte des Trois-Frères 동굴 삽화
이와 유사한 존재는 Grotte des Trois-Frères 동굴 벽에서도 확인된다

 

🎶 피리를 부는 무당 

 

동굴의 음악가 이와 유사한 존재는 Grotte des Trois-Frères 동굴 벽에서도 확인된다. “피리를 부는 무당(le petit sorcier à la flûte)”이라 불리는 형상은 동물 가죽을 걸친 채 네 발로 장단을 맞추고 피리를 부는 듯한 자세로 그려져 있다. 이는 단지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아니라, 음악과 리듬을 통한 주술적 소통, 공동체적 의례의 순간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피리 부는 무당 역시 주술사처럼 무대에 등장한 또 하나의 배우였다. 동굴은 그들에게 단순한 피난처가 아닌, 신성한 공연의 공간, 공동체의 기억과 염원이 축적되는 살아 있는 극장이었다.

 

🧩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기원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에 이르게 된다. 왜 인간은 벽에 그림을 남겼을까. 단순히 사냥의 기록이었을까, 아니면 더 깊은 세계와의 소통이었을까. 그 해답은 명확하지 않지만, 이 모든 행위가 인간의 본질적인 ‘놀이 충동’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은 매우 설득력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모방하는 존재’로 보았고,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벽에 남겨진 주술사의 형상은 단지 동물의 이미지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다시 표현하려는 가장 본질적인 행위의 발현이다.

🗣️ 주술사의 목소리 – 벽 너머의 연극 그림은 말한다. 나는 사람이며 신이며,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이는 당신이 아니라, 나의 그림자 속에 있다. 나는 때로 사슴, 때로 곰, 때로 인간이 된다. 나는 불과 어둠과 침묵을 사랑한다. 내가 사는 곳은 고립된 공간이며, 내가 등장하는 순간은 당신이 가장 기대하지 않을 때이다. 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 무대 위에서 당신이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 “이 동굴 속 무대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댓글로 당신의 인상과 해석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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