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신화의 언덕을 오르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이다. 시노그래피라는 용어가 시작된 곳이다. 극장의 기원을 논하려면 아크로폴리스라는 독특한 지형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150미터쯤 되는 이 언덕은 전략적 요새처럼 솟아 있고, 범접하기 어려운 방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은 언덕 위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중심으로 프로필레아, 에렉테온, 아테나 신전 등이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덕 남서쪽 아래에는 아고라와 오늘 이야기의 중심인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가장 높은 지점(akron)"과 "도시(polis)"가 결합된 말이다. 요새이자 시각적 중심지, 공동체를 위한 감시탑이자 의식의 장소이며, 시어터(theater)의 원형이라 부르고 싶은 곳이다. 고대 그리스인이 "사물이 보여지고 행해지는 장소"라는 의미로 사용한 '테아트론(theatron)'은 곧 시어터(theater)이다. 부채꼴 모양의 테아트론은 이 언덕의 구조에 따라 생성되었고, 그 구조는 '자아와 세계의 일체감'이라는 관점까지 이끌어냈다.
⟁ 극장은 자연에서 태어났다
결국 극장은 자연에서 태어났다. 아크로폴리스 기슭, 둥지 같은 인공 분지 위에서. 마치 로댕이 덩어리 속에서 형상을 깎아내듯, 고대인들은 기슭을 다듬고 산등성이를 밀어내고, 물줄기의 흐름을 바꾸며 극장의 윤곽을 빚었다. 자연 위에 인공을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극장의 시작이었다.
아마 당시 민중이 높은 언덕에 오른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넘어서려는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에고(ego)의 공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평행선처럼 펼쳐진 다른 삶, 다른 운명, 또 다른 나를 바라보는 경험. 테아트론은 하나의 조망대였다. 고요한 사로니코스만(Saronic Gulf), 안개처럼 펼쳐진 에게해를 바라보며 인간은 끊임없이 확장과 도약을 꿈꿨다.
✧ 테아트론
자유와 일탈의 공간 디오니소스 극장은 단지 공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충동, 자유에 대한 열망, 금기에 대한 도전이 응축된 공간이었다. 디오니소스의 또 다른 이름, 리베르(liber)와 브로미오스(bromios)가 말해주듯, 이곳은 광기와 도취의 공간이었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이 축제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인간 존재 그 자체에 대한 해방의 장이었다.
극장은 단지 형이상학적 추상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영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의 해방, 신체의 해방,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의 해방이었다.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되는 황홀경. 비일상적 공간, 신과 인간이 함께 머무는 이곳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다시 썼다.
❖ 아테네
그리고 극장의 얼굴들 현재 남아 있는 원형은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잔해 앞에 앉아 있노라면 감회는 깊어진다. 지금 눈에 보이는 디오니소스 극장의 모습은 1765년 리처드 챈들러에 의해 발굴되며 역사적 지평에 올랐다. 로마 제국기를 거치며 개축된 흔적이 역력하지만, 약 17,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아테네 시민권자는 약 4만 명, 축제 시즌엔 도시가 비워질 정도로 아크로폴리스 아래는 인파로 가득 찼다. 극장 주변은 질펀하고 시끌벅적했다. 상인, 노예, 유랑 예인, 야바위꾼, 창녀, 귀족과 평민이 뒤섞인 거리. 하지만 바로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갤러리'였는지도 모른다. 신분의 벽을 허무는 공간, 피부와 냄새, 시선과 거리, 거리낌 없는 감정이 교차하는 접속의 장소.
그렇듯 극장이란, 무대에 불이 켜지는 순간까지는... 일상과 초월이 포개지는 장소다.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고, 사람을 담고, 풍경을 기억하는 공간이었다. 관객은 무대 너머의 또 다른 세계로 달아나며, 이곳의 현실을 다시 응시하게 된다.
축제가 끝나고 언덕을 내려오는 길. 그 길에는 여전히 머릿속에는 음율이 남아 있다. 고단했던 하루가 입가에서 달콤하게 변주된다. 지중해의 빛은 불쾌한 기억을 만족스러운 풍경으로 바꾸고, 불안과 공포는 객관화되어 대면된다. 극장은 결국 또 하나의 신전이었다. 파르테논 신전을 뒤로 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담긴 그릇으로 향하던 자취. 그것이 바로, ‘삶의 연극’의 시작이었다.
❖ 운항정보
- 항공사: 대한항공 (Korean Air)
- 노선: 인천(ICN) → 유럽 경유 → 아테네(ATH)
- 직항 여부: ❌ 직항 없음
- 예상 소요 시간: 약 15~20시간 (경유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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