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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축제

〈코랄레스〉, 햇빛 아래 피어난 커뮤니티 연극 - 스페인 민중 극장의 과거와 지금

by 스티븐C의 VIBES 2025. 6. 12.

7월이면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 약 200km 떨어진 라만차(La Mancha) 지역의 작은 도시 알마그로에선 코랄레스(Corral de Comedias) 축제가 벌어진다.  16세기 스페인, 공동주택 파티오에서 자생한 대중극장 코랄레스-. 코랄레스란 황금세기 문학민중의 삶이 교차했던 도시의 주택 중정(파티오)에 생겨난 민중극장으로, 고전 희곡과 삶의 열기가 교차하던 열린 무대를 말한다. 로페 데 베가(Lope de Vega,1562 ~ 1635)칼데론(Pedro Calderón de la Barca,1600 ~ 1681)의 희곡이 올라간 그 무대는 관객의 열기와 함께 살아 숨 쉬었다. 오늘날에도 알마그로 연극제마드리드 가을축제를 통해 그 정신은 계속된다. 햇빛 아래 피어난, 축제적 공간의 원형. 그곳은 무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 파고든 화합의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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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그로 축제 포스터 이미지
황금기 최대 규모의 국제 연극 행사 제48회, 2025년 7월 3일부터 27일까지[출처]https://www.almagroteatro.com/teatro-clasico

+ Attention

스페인 알마그로(Almagro)를 여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떤 장면의 틈과 마주하게 된다.
좁은 골목 위에 햇살이 금빛 망사처럼 깔리고, 오래된 책방과 바르코 양식의 건물들이 지나간 시간을 담고 있다. 그러다 어디선가 플라멩코풍 기타 선율이 들려온다. 느릿한 박자 속에 강렬한 여운이 섞이고, 그 위로 박수, 웃음, 그리고 연극 대사 같은 외침이 얹힌다.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열린 듯 닫힌 듯한 입구 하나. 간판도 없고 표지판도 없지만 분명히 무언가 살아 있는 공간의 기운이 감돈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갑자기 시야가 환하게 열리고—햇살 가득한 안뜰, 작고 단순한 무대, 타파스를 손에 든 관객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장면’이 된다.

이곳은 바로 코랄레스(Corrales).
이곳에서 공연은 조용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소리치고, 웃음을 터뜨린다. 세르반테스조차 "작품이 오이나 열쇠꾸러미의 세례를 받지 않아 다행"이라 했을 만큼, 이곳의 관객은 격렬하고 솔직하다. 그래서 그들은 ‘총사(musketeers)’라 불렸다—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목소리의, 유쾌한 군중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없다.
여기선 삶이 무대가 되고, 관객이 서사의 일부가 된다.
공연은 하나의 사건이고, 몸으로 통과하는 감정의 형식이다.

코랄 데 코메디아스 이미지
Corral de Comedias 의 한 방면[출처]GPT생성 (코랄 데 코메디아스)

+ Interest

코랄레스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간 구조, 집단적 감수성, 그리고 일상에 깃든 이야기 본능이 결합된 결과였다.
16세기 스페인 도시의 파티오(patio)—햇빛이 쏟아지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중정에서, 노래와 춤, 농담과 이야기가 퍼포먼스로 진화했다.

1520년대 말라가의 자선단체가 마당 한켠에 간이 무대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코랄레스는 발렌시아, 세비야, 마드리드 등지로 확산된다. 주택 구조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사건을 공유하는 무대적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매년 7월 열리는 알마그로 고전연극제는 이 유산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코랄레스의 형식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에서, 로페 데 베가의 희곡과 플라멩코, 어린이 연극, 거리 공연이 오늘의 관객과 다시 호흡한다.

코랄레스는 단지 역사적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공간 감각이며, 공연이 삶을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현대의 몰입형 연극, 커뮤니티 시어터, 도시형 무대들이 이 고전적 모델에서 배울 것이 여전히 많다.

+ Desire

2025년 여름, 스페인 알마그로(Almagro)의 무대는 다시 열린다.
매년 7월 열리는 **국제 고전연극제(Festival Internacional de Teatro Clásico de Almagro)**는 단지 전통 연극을 상연하는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배우와 관객, 골목과 무대 사이를 넘나드는 하나의 살아 있는 커뮤니티적 사건이다. 복원된 **코랄 데 코메디아스(Corral de Comedias)**에 들어서면, 이 공간은 더 이상 박제된 문화유산이 아니라, 누구든 그 일부가 될 수 있는 공공의 연극 장소로 다시 태어난다.

무대를 둘러싼 나무 기둥과 갤러리, 햇살로 채워진 마당 중심에는 조명이 아닌 자연광이 있다. 조용한 객석은 없다. 타파스를 손에 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서 있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박수를 치며, 배우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이곳에서는 연극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예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감각의 장이 된다. 코랄레스는 단지 공연장이 아니라, 공연이 벌어지는 마을이자, 마을 자체가 하나의 무대가 되는 독특한 공간 커뮤니티다.

이러한 장면 속으로, 관객은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간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이자 참여자이며, 말없이도 이야기에 반응하는 하나의 등장인물이 된다. 오늘날 관객들이 다시 코랄레스를 찾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디지털화된 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공유된 현장 경험',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말 없는 대화를 나누는 집단적 몰입의 순간을 찾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극장도, 어떤 VR 시뮬레이션도 흉내 낼 수 없는 현장성과 연결감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배우의 말과 관객의 박수 사이에는 어떤 미리 짜인 시나리오도 없다. 그 즉흥성과 호흡 속에서, 극장은 살아 있고, 이야기는 흘러가며, 사람들은 하나의 즉석 커뮤니티가 된다. 마드리드, 세비야, 알마그로—스페인의 여름 하늘 아래서, 코랄레스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당신이 그 현장에 선다면, 연극은 당신 앞에서가 아니라, 당신 안에서 일어날 것이다.

2025년 알마그로 오프 대회 개최 발표_이미지
2025년 클래식 연극제, 알마그로 오프 대회 개최 발표, 저작권: © Pablo Lorente [출처]https://www.recursosculturales.com/teatro-clasico-almagro-off/#google_vignette

+ Action

코랄레스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여름의 스페인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이다.
2025년 7월 3일부터 27일까지, 라만차 지방의 중세 도시 **알마그로(Almagro)**에서는 제48회 **국제 고전연극제(Festival Internacional de Teatro Clásico de Almagro)**가 열린다. 도시 한복판의 **코랄 데 코메디아스(Corral de Comedias)**는 이 시기에 맞춰 그 옛 구조 그대로 살아나고, 배우와 관객, 주민과 여행자가 한 데 섞여 도시 전체가 하나의 극장이 된다.

매일 열리는 50여 편의 공연은 모두 이 공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다. 고전 희곡과 현대적 재해석이 나란히 무대에 오르고, 거리 공연, 아동극, 여성 창작극 시리즈, 그리고 플라멩코와 퍼포먼스 아트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한낮의 태양 아래 중정에서 열리는 공연은 물론, 밤하늘 아래 펼쳐지는 별빛 속 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공간적 연극 장면’이다.

관객은 표를 사서 입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 편의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동 창작자에 가깝다. 코랄레스에서 연극은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 관객의 숨결과 박수, 때론 야유까지 품어 완성되는 열린 서사이기 때문이다.

축제에 대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festivaldealmagro.com)를 통해 전체 일정, 티켓 예매, 숙소 및 주변 교통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마드리드에서 알마그로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그 여정은 충분히 짧고, 그 경험은 놀랄 만큼 깊다. 알마그로의 작은 골목을 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코랄레스 입구 앞에 멈춰 서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무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시간이나 거리의 제약으로 알마그로를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여름의 마드리드 역시 코랄레스의 맥박으로 살아 있다. ‘테아트로 에스파뇰(Teatro Español)’, ‘코랄 데 세르반테스(Corral de Cervantes)’ 같은 도시형 야외 공연장이 7~8월 내내 현대판 코랄레스로 개방된다. 거리 위의 무대, 건물 사이의 커뮤니티, 관객의 숨소리와 마주치는 연극—그 어느 곳이든, 당신은 그 순간 무대 위 한 인물이 된다.

지금 우리가 다시 코랄레스를 말하는 이유는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다.
그건 연극이 도시를 바꾸고, 공간이 사람을 엮고, 우리의 감각을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마무리

오늘날 우리가 코랄레스를 다시 말하는 이유는, 연극이 삶을 비추는 오래된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은 지금도, 햇빛 아래 열린 어떤 안뜰에서 반짝이고 있다.
당신은 그 장면의 관객이 아니라, 그 장면 안의 사람이다.

📍 알마그로 위치 정보 요약

  • 지역: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 자치주
  • 소속 주(Provincia):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
  • 마드리드와의 거리: 약 200km 남쪽
  • 이동 시간: 고속버스 또는 기차로 약 1시간 45분~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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