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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1톤/빛과 어둠

화가(畫家)로 부터 빌려 온 빛

by 스티븐C의 VIBES 2025. 5. 5.

🌕 묵상의 빛, 사라지는 경계

"무대의 빛은 회화로 부터 빌려왔다"

 

20세기 무대는 빛을 새롭게 발견했다.

하지만 그 빛은 스포트라이트로 무대 위에 내려오기 전에,
이미 수백 년 전 화가들의 붓끝에서 말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르주 드 라 투르, 터너, 렘브란트, 그리고 카라바조.
그들의 그림 속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닌,
감정과 인물, 침묵과 운명을 말하는 하나의 언어였다.
20세기 무대조명은 바로 그 언어를 회화에서 수혈받으며, 조용한 혁명이 시작됐다.

 

🕯️촛불 속의 침묵 — 조르주 드 라 투르

조르주 드 라투르, ‘갓난아기’, 1645~1648년 (76×91㎝, 렌미술관, 프랑스 렌)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는 ‘촛불의 화가’로 불린다. 오랜 시간 동안 잊혀졌던 그의 이름은,              20세기 이후 재평가를 거쳐 프랑스 바로크 회화의 정점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대표작 《예수의 탄생》은 단순하고 고요한 구도 안에서
깊은 명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카라바조(Carravaggio)**의 영향 아래 강한 명암 대비, 이른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따르면서도,
그 빛의 감성은 보다 조용하고 내면적이다.

“그의 빛은 외부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침묵을 밝힌다.”

 

《점쟁이와 같은 초기작에서는 뛰어난 심리 묘사가,
《성녀 이레나와 성 세바스티아누스》, 《성탄》과 같은 후기작에서는
명상과 침묵의 정적이 화면을 감싼다.

가난한 자들의 옷을 입었지만, 그 인물들은 모두 고요한 위엄을 지닌 내면의 성자처럼 묘사된다.
그의 촛불 속 얼굴들은 기도보다 더 깊은 침묵을 말한다.

카라바조는 빛을 화면 바깥에서 들여왔지만,
라 투르는 빛을 인물 안에 가두었다.
화면 속 중심에 있는 촛불은 명확한 광원이며,
그 주위를 감싼 인물들은 마치 기도의 정지된 호흡처럼 고요하다.

작품 아기 예수를 그린 작품, ‘아기의 탄생(The Newborn Child)'을 보라.                                                                                    카라바조가 빛을 화면 바깥에서 들여왔다면...
라 투르는 빛을 인물 안에 가두었다. 한 인물의 감정에만 집중되는 심리적 조명,
정적 속에서 명상처럼 퍼지는 조명 디자인....물감을 통해 이 기법을 더 내밀하게, 더 조용하게 사용했다.

무대로 건너온 빛의 시작 -.바로 첫번째 화가 라 투르.

 

🌫️ 증기 너머의 경계 — J.M.W. 터너

 

*비,증기,그리고 속도(Rain,Steam and Speed,1844년), J.M.William Turner,Google

출처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비,증기,그리고 속도(Rain,Steam and Speed,1844년), J.M.William Turner,Google 출처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영국 문학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풍경화에는 터너가 있다.”

조셉 말로드 윌리엄 터너(J.M.W. Turner, 1775~1851)는
전통적인 풍경화의 틀을 넘어서, 공기와 빛, 감정의 융해를 화폭에 담은 화가다. 

그림:《비, 증기, 속도 – 위대한 서부 철도》에서 우리는
비 오는 대기를 가르며 달려오는 증기기관차를 본다.
하지만 그 기차는 선명하지 않다.
그의 화면은 스푸마토(sfumato) 기법, 즉 연기처럼 흐려지는 붓질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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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마토’란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 ‘흐릿하게 사라진’**이라는 뜻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자주 사용한 기법으로,
윤곽선을 뚜렷하게 그리지 않고,
빛과 색을 부드럽게 번지듯 이어서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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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윤곽은 사라지고,
빛은 경계를 흐리며, 감정을 흐릿한 안개처럼 흘린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집니다.

이 기법 역시,  20세기 무대에서도 응용되기 시작했다.
디퓨징 조명, 반투명 천 뒤의 실루엣,
그리고 공기감 있는 무대 연출 등은
바로 터너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시도들이다.
그의 그림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만든다.
무대 역시 그렇게 변화했다.

터너 역시  이는 훗날 무대에서 공기로 버무려진 빛의 조형을 이룬 시노그래피의                                                                            한 영감이 되었다.

 

👤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와 테네브리즘  기법

빛과 어둠의 충돌을 미술사에 던진
가장 강렬한 혁명가. 카라바죠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9.29 – 1610.7.18)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성 토마스의 의심 1602년, 107x146 cm ,
 카라바죠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9.29 – 1610.7.18)
성 토마스의 의심 1602년, 107x146 cm , 카라바죠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9.29 – 1610.7.18)

빛과 어둠의 충돌을 미술사에 던진
가장 강렬한 혁명가.

🔸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는 이탈리아어로 **‘빛과 어둠’**을 뜻하는 말.                                                                               르네상스 시대부터 등장한 기법으로, 빛과 그림자의 점진적 대비를 통해 입체감과 깊이를 만들어 낸다면 
🔸 테네브리즘 (Tenebrism) 은 ‘어둠(darkness)’을 뜻하는 라틴어 tenebrae에 유래,  깊은 그림자와
강한 빛을 교차시켜 인물을 극적으로 드러내게 하는 방식.

카라바조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와 테네브리즘(Tenebrism) 기법을 통해,
화면 전체를 깊고 밀도 높은 어둠으로 감싼 뒤,
한 방향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빛으로 인물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렇게 극단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
회화의 중심을 성서적 상징에서 인간의 현실적인 육체와 감정으로 옮겨놓았다.

이로써 거룩한 이야기는 더 이상 이상화되지 않았고,
그 속의 인물들은 고통과 구원, 죄와 희망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 되살아났다.

그의 인물들은 이상화되지 않았다.
상처 있고, 피로하며, 구원과 고통 사이를 맴도는 인간들이었다.

“그는 빛으로 구속하고, 어둠으로 폭로했다.”
— 카라바조의 회화는 조용한 드라마였다.

그의 조명 방식은 후일 무대에서도 드라마틱한 감정 전환,
강한 대비의 클로즈업,
그리고 서사 중심의 조명 배치로 이어지며
시노그래피의 시각적 문법을 탄생시켰다.

 

👤 렘브란트 반 레인

야경 : 437x363 cm,렘브란트, 소장Amsterdam(1715~)
야경 : 437x363 cm,렘브란트, 소장Amsterdam(1715~)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7.15 – 1669.10.4)는 네덜란드 황금기의 거장이자,
인간의 내면과 운명을 명암으로 그려낸 화가라 말할 수 있다. 그는 빛과 어둠을 통해 인물의 삶과 선택, 감정과 고통을 말한 화가였다.

야경》(夜警, De Nachtwacht) , 《다비드와 우리아의 아내》, 《십자가의 초상참조: https://mynote9078.tistory.com/entry/%EB%A0%98%EB%B8%8C%EB%9E%80%ED%8A%B8%EB%A5%BC-%EC%9D%BD%EB%8B%A4》 등의 작품에서
그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조명과 그림자의 질감 속에 배치해
운명을 암시하는 서사적 조명을 만들어냈다.

특히, 렘브란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야경》**은
단체 초상화의 틀을 깨뜨린, 서사적 회화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보통은 인물들을 정면에 단정히 나열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렘브란트는 등장 인물들을 빛과 그림자 속에 배치하여
마치, 한 편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대처럼 구성했다.

💡 정적인 초상화가 아닌,
움직임과 긴장이 살아 있는 순간을 그려낸 혁신적 작품.

 

그의 명암 처리(키아로스쿠로)는
화면 속 인물의 위계와 감정을 드러내며,
단순한 군상을 한 편의 드라마로 전환시켰다.

“그의 어둠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어둠은 인물의 선택을 말하고,
그 빛은 그 순간을 결정한다.”


그의 조명은 오늘날 무대에서 톱라이트, 스폿 조명, 역광 연출로 이어지는
심리적 드라마의 조명 언어로 계승되었다.

 

🎨 회화에서 무대로 건너온 빛 – 4인의 화가 정리표

이름시대/지역핵심 개념대표작무대에 준 영향
 
조르주 드 라
투르
17C / 프랑스 내면의 촛불, 고요한
키아로스쿠로
《예수의 탄생》 심리 중심 조명, 정적 시노그래피
J.M.W. 터너 19C / 영국 스푸마토, 감정의 빛 《비, 증기, 속도》 안개 조명, 흐릿한 경계
렘브란트 17C / 네덜란드 운명을 지배하는 명암 《십자가의 초상》,
《야경》
운명적 조명 구조, 집단 내
위계 표현
카라바조 16–17C / 이탈리아 극적 키아로스쿠로,
사실적 충돌
《성 마태오의 소명》 감정 충돌의 조명배치,
서사 중심 조명
 

🌕묵상의 빛, 사라지는 경계

16~17세기에 이르는 화가들의 빛들은 19세기 말 전기 조명기구가 무대에 도입된 순간,
조용히 연극의 언어이자 모델 되기 시작했다.

빛은 말이 없지만,
그 자체로 배우를 움직이고, 관객을 묵상하게 만드는 예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