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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축제

프랑스 오랑주(Chorégies d'Orange)에서의 〈별이 빛나는 밤〉

by 스티븐C의 VIBES 2025. 6. 5.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고도(古都) 오랑주에서는 매년 여름, 고대 로마 극장이라는 살아 있는 유산 위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Chorégies d’Orange가 열린다. 2,000년 전의 유허에서 오늘날의 음악이 만나는 이 무대는 단지 공연의 장소를 넘어, 예술과 유산, 시간과 감각이 겹쳐지는 살아 있는 시노그래피다. 주홍빛 석회암에 물드는 낙조, 대리석 무대 위를 흐르는 아리아, 그리고 론강 위를 비추는 별빛은 이곳에서 푸치니의 선율과 반 고흐의 시선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든다. Chorégies d’Orange는 과거를 보존하는 축제가 아니라, 과거를 현재로 부활시키는 시노그래피적 실천이다.

오랑주 극장 및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이미지 출처] https://www.choregies.fr/equipes.html?lang=en
오랑주 극장 및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이미지 출처] https://www.choregies.fr/equipes.html?lang=en

+ 오랑주극장의 역사: “대리석으로 된 로마를 남기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소도시 **오랑주(Orange)**는 겉보기엔 조용한 벽촌이다.
그러나 이곳엔 로마보다 더 로마다운 **고대 로마극장(Théâtre antique d’Orange)**이 존재한다.

고대 연극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리스 에피다우로스의 언덕을 지나
이탈리아 반도를 가로지르고, 마침내 론강 유역의 이 작은 도시로 도달하게 된다.
그 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 극장은 고대 무대 건축의 정수이자, 로마적 공간 미학의 극단을 보여준다.

기원전 36년, 아우구스투스가 이 켈트족의 땅 **아라우시오(Arausio)**를 점령하고,
‘제2군단의 요새 도시’로 만들며 개선문, 목욕탕, 체육관, 그리고 거대한 극장을 남긴다.

이 극장은 “루이 14세가 감탄한 가장 아름다운 벽”으로 불린다. 무대 뒤편의 **스케네 프론스(scaenae frons)**는 3층 아케이드와 웅장한 조각으로 구성되어, 당시 로마인의 권위와 예술적 안목을 동시에 담아낸다.
지금도 극장의 중심엔 높이 3.5m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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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극장, France for visitors [출처]https://kr.pinterest.com/pin/188799409352386156/
오랑주극장, France for visitors [출처]https://kr.pinterest.com/pin/188799409352386156/

+ 질곡의 공간: 바보상자에서 방어초소까지

이 공간을 감싸고 있던 로마의 화려함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중세 이후, 지역의 귀족들과 부유한 지주들이 로마극장의 석재를 해체해 자신의 저택이나 성당을 짓는 데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질곡의 시간 속에서 극장의 외벽은 점차 텅 비어갔고, 눈에 보이는 형체는 무너졌지만, 오히려 이 벽이 남긴 인상은 그 상흔과 결손에서 비롯된다. 인간에 의해 부서지고 침식된 자리에는 완전한 건축물보다 더 깊은 시간이 각인되어 있고, 긁히고 벗겨진 표면은 지금도 고대 로마 건축의 파괴와 생존의 역사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4세기,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채택되면서 극장은 교황청에 의해 ‘불경한 공간’으로 낙인찍히고 폐쇄된다. 그 이후 **오랑주 극장(Théâtre antique d’Orange)**은 시대마다 다른 이름과 용도로 소환된다. 동고트족의 침입, 중세의 약탈과 전란, 근대의 전쟁 상황 속에서 극장은 군사 참호, 감시소, 피난민 수용소로 기능하며 물리적으로도 심하게 훼손되었다.

고대 로마 극장은 시대의 나이테와도 같았다. 한때는 권력의 스펙타클이 펼쳐지던 무대였고, 또 한때는 삶의 가장 밑바닥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던 공간이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이 벽은, 실은 전쟁과 침식, 풍화와 망각의 시간 속에서 남겨진 상처의 흔적이다. 그러나 이 상처들은 오늘날에도 말없이 이 공간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역사적 층위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벽은 지금도 조용히, 그리고 아름답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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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하다: 메리메의 눈, 극장을 깨우다

19세기, 황폐해진 극장을 되살린 이는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érimée). 『카르멘』의 원작자이자 유적 복원 감독이었던 그는 1825년 복원 사업을 시작해, 1869년 오페라 **〈조제프〉**로 재개관에 성공한다.

이 축제는 이후 1902년, ‘Chorégies d’Orange’라는 이름으로 세계적 오페라 축제로 자리잡는다. ‘코레지’란 말은 고대 로마에서 공연 기획자에게 부과하던 세금에서 유래한다. Chorégies d’Orange는 단순한 오페라 페스티벌이 아니다. 로마의 무대에서 별빛 아래 울리는 인간의 비가이다. 바그너,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의 음악이 2천 년의 벽에 부딪혀 돌아오고, 9,000여 관객은 그 울림 속에서 고대와 현재를 동시에 체험한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Over the Rhône)》[출처]위키백과

+ 오랑주와 반 고흐 그리고 토스카: 별이 스러진 밤

오랑주의 여름 밤은 낮보다 더 강렬하다. 주홍빛 석회암이 빛을 머금고, 무대 뒤편 고대 로마극장의 대리석 벽은 저녁 햇살을 마지막으로 반사한 뒤 조용히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그 어둠 위로, 느리게 **론강(Rhône)**이 별빛을 따라 흘러간다. 그 시선의 기억은 훗날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가 실제로 론 강(Rhône) 변을 산책하며, 강 위에 비친 별빛과 도시의 가로등 불빛을 묘사한〈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La Nuit étoilée sur le Rhône, 1888 〉이다. 오늘도 극장 위에도 그런 밤하늘이 떠내려간다. 

한여름, Chorégies d'Orange축제는 세계적인 오페라 및 클래식 음악제다.  종종 이 무대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가 공연된다.〈토스카〉3막, 죽음을 앞둔 카바라도시는 감옥에서 **“별이 빛나건만...”**을 노래한다. 그 목소리는 절망의 끝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예술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이다. 그 장면 앞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1890년 사망한 고흐를 떠올리게 된다.
론강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삶의 불안과 예술의 존엄을 함께 견뎌낸 예술가 그리고 그 강을 따라 흐르던 고흐의 시선과 카바라도시의 아리아는 시간과 장르를 넘어 맞닿는다. 암튼 오랑주의 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관객은 그 별빛 속에서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 그 섬세한 진동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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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과 프로그램: 하늘과 대리석 사이에서 부르는 노래

최근 Chorégies d’Orange는 전통 오페라뿐 아니라 콘서트, 합창, 심포니, 영상 연동 공연까지 확장 중이다.

 

Les Chorégies d'Orange

Les Chorégies d'Orange - Site officiel du Festival international d'art lyrique et de musique classique créé en 1869. Il a lieu chaque été au Théâtre antique d'Orange.

www.choregies.fr

 

✈️ 항공편

  • 파리 샤를 드골 공항(CDG) 또는 **마르세유 프로방스 공항(MRS)**을 통해 프랑스로 입국한 후,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여 오랑주로 이동할 수 있다.

  🚄 기차 이용

  • 파리(Paris) 출발: 파리 **리옹역(Gare de Lyon)**에서 **아비뇽(Avignon)**까지 TGV 고속열차를 이용한다.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40분이다. 아비뇽에서 **오랑주(Orange)**까지는 지역 열차를 이용하여 약 30분이 소요된다.blog.naver.com
  • 아비뇽(Avignon) 출발: **아비뇽 중앙역(Gare d'Avignon Centre)**에서 **오랑주(Orange)**까지 TER 지역 열차를 이용한다. 소요 시간은 약 30분이며, 하루에 여러 차례 운행된다.blog.naver.comrome2rio.com

  🚌 버스 및 도보

  • **오랑주 역(Gare d'Orange)**에서 시내 중심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 또는 Sudest MobilitésL1 노선 버스를 이용하여 Pourtoules 정류장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소요 시간은 약 6분, 요금은 €1–2이다.rome2rio.com